ARTIST FOCUS
11/10/2020
“Through a long time of the harmony, all the selected objects rust, fade, and dry. The order and balance of all the things laid on the time. Staring at the reality of them, unrecognized time reveals itself through objects, and adduces the way to the inner side.”
An Zongde
“모든 오브제는 오랜 조화의 시간을 지나면서 바래고 녹슬고 건조된다. 시간 위에 놓여진 것들의 질서와 균형, 그 실상을 주목하고 응시하노라면 지각할 수 없는 시간은 오브제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내면으로 들어서는 길을 제시한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안종대(b.1957-) 작가의 작업실은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작업실 건물의 지붕과 앞 마당, 그리고 창가 한 켠에는 그의 작업들이 널어져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지붕과 땅 위에서 강한 햇빛과 바람, 눈, 비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본연의 색은 자연에 의해 바래고, 퇴색되며 형태는 바람에 의해 찢어지고, 변형된다. 때문에 그의 작업에서는 빛과 바람의 흔적이 작품의 형상이 되고, 색채가 되며 작업의 주체가 된다.
이와 같이 작가의 의도대로 될 수 없는 자연의 자취가 결과물이 되는 그의 작품은 ‘우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바래진 색의 종이는 처음에는 동일한 색이었으나,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변화를 겪는다. 그의 작품의 우연적 효과는 비단, 색 뿐만이 아니라 화면 속 형상에도 적용된다. 겹겹이 붙은 종이들은 바람에 의해 흩날리고 빛과 그림자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형태는 작업 위에 올려놓은 돌과 못, 나뭇가지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작가는 올려만 놓았을 뿐, 자연이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가에게 ‘재료는 항상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그는 자연과 일상 속에서 예술을 찾는다.
안종대는 작업을 꽤 오랜 시간 외부에 방치한다. 자연 외에 흘러가는 시간 또한 그의 작업에 주요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 안에서 변화를 겪지 않은 완벽한 형태는 없다. 이는 살아있는 생명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물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 변화 즉, 새로운 탄생에 주목했다. 그의 작업에는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축적된다. 하루 이틀, 일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며 작업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고, 풍화되는게 아니라 그에게 있어서는 항상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