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FOCUS
11/09/2023
Last August saw the opening of artist An Zongde’s successful solo exhibition at Gana Art Bogwang. This marked his first solo show in four years, with his last being in 2019. In November 2022, representatives from Gana Art visited An’s atelier in Yeoju, where he was deeply engrossed in his work. Through his Le Temps series, An has consistently explored the themes of time and existence. We had the opportunity to ask him about the inspirations behind his work and the future directions he imagined for his artistic practice.
지난 8월, 가나아트 보광에서는 안종대 작가의 개인전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19년 이후 4년만의 개인전이다. 가나아트는 작년 11월, 여주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실상(實相)> 연작을 통해 줄곧 시간과 실존의 주제를 다뤄온 그에게 작업의 원천부터 그가 나아갈 예술적 지향점에 대해 질문했다.
Gana (G): Mr. An, we appreciate you taking the time to participate in this interview. Could you start by introducing yourself and this workspace?
An Zongde (A): Hello, I’m An Zongde, and we are currently at my workspace in Sejongdaewang-myeon, Yeoju, Gyeonggi-do. I used to seek out ideal places for my work, but now my current location becomes the focal point. I derive inspiration from my immediate surroundings. It isn’t necessarily where I am that matters—rather, wherever I am becomes the focal point.
G: You have been working on the Le Temps theme since the 1990s. What motivated or inspired you to begin the series?
A: When I began my Le Temps series, I was in my late twenties. Up to that point, my creations drew from experiences and realizations that had not yet even covered three decades. I aimed to convey the sense of “awareness” I’d cultivated over those years, while still grappling with understanding the essence of life. Essentially, I felt confined by everything I had undergone—my birth in Korea, my studies in Europe, applying what I’d learned, and even the subsequent insights from said applications. This culmination of experiences and feelings spurred the birth of Le Temps. As my perspective underwent a profound transformation, I became acutely aware of how I wanted to depict my perception of the world and the newfound reality I encountered, as well as the message I wished to broadcast. I felt a burgeoning responsibility as an artist and, on a deeper level, a sense of duty. Having confronted the world’s raw reality, I became driven by a need to share as much as I understood through my art, which became the starting point of my creation.
G: It seems that encountering limitations in establishing your identity as an artist, and subsequently overcoming them, became a catalyst for your work. Le Temps revolves heavily around the concept of “time.” I’m curious about the flow of time in your work and its significance.
A: As you mentioned, the progression of my work is akin to the progression of time. Within the time entrusted to nature, elements like light, water, wind, and sound are gathered. As these are observed, my work evolves, much like a single living entity. My creative process involves starting with a foundational installation that is meant to be eternal. This is followed by a secondary engagement, in which I either introduce dots to the installed piece or incorporate drawing elements. I subtly interact with the pre-collected universe through very restrained drawing techniques. As a result, the deliberate timestamps I introduce coexist with the imprints of naturally captured moments. Essentially, primary time begins to flow within the context of secondary time. Through this approach, I strive to articulate messages of life and death, imbalance and order, and so on.
G: You used the terms “primary time” and “secondary time.” Can we understand primary time as the time entrusted to nature and secondary time as when you, the artist, intervene?
A: Once it’s left to nature and out of my hands, primary time creates everything. Secondary time refers to the traces of primary time that coexist with the artist’s marks. Eventually, the two merge and flow as one.
G: That’s fascinating. I’ve observed that you leave your objects exposed to nature, and after the set amount of time passes, they emerge as your creations. Is there a particular method or routine you adhere to in order to attain the desired outcome?
A: Entrusting [one’s works] to nature comes with profound responsibility. Letting go of oneself in such a manner can feel akin to setting oneself on fire. An artist’s skill is likened to the spirit of yielding to nature after selecting, managing, and directing an object. From that point on, my role is mainly about organizing and tidying up. My works are always meticulously arranged without being overly intricate; there’s no flair merely for the sake of impression. Within this orderly process, the collected interplay of light and shadow, water and wind, and all such records, lead to a harmonization where I feel united with nature. My work often revolves around not doing what I want but doing what perhaps shouldn’t be done. In a way, this speaks to the mental discipline we need, which, in its essence, narrates the tale of a most authentic freedom.
G: At times, you leave an objet d’art in place for a certain period, and then later either relocate it or draw on it. What is the intent behind this?
A: Typically, when the wind blows or someone touches a piece and it moves, I tidy up again. Some days, the elements play separately instead of harmonizing. On those occasions, I boldly move the piece to a new location. There are moments when I unexpectedly apply a touch of gold to an objet d’art. I do this because, even as all colors undergo change, I want to offer something that remains unchanging. It’s also about placing a focal point within the central part, to ensure that balance, harmony, and order is maintained.
G: Does each color you use carry its own significance?
A: I mostly use red, blue, yellow, and green—the basic colors visible to our eyes. However, with the infusion of light, these colors transform and become subtle variations of themselves. Yet, even when a color fades and lightens, the adjacent gold remains constant. In reality, such restrained objets d’art and colors encompass countless hidden aspects. In order to tell a richer story, I use these restrained primary colors often.
G: Thank you for the insightful conversation. Could you share your future plans for your work?
A: Like any artist, it’s crucial for me to achieve the goals I’ve set. I have this deep desire to leave behind masterpieces and to give back to all who have supported and loved my work. There’s a profound joy in contributing to society through art. I, too, carry this sense of duty. Through my artistic talents, I aspire to be a beacon of light in this world. I hope that this light spreads, bringing joy to many. It begins with me, I suppose. My ongoing intent is to produce art that mirrors the organized essence of my life, hoping it imparts order and clarity to those who encounter it.
가나(G): 안녕하세요 작가님,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본인과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종대(A): 작가 안종대입니다. 지금 있는 이곳은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에 위치한 제 작업 공간입니다. 예전에는 작업을 위해 좋은 장소들을 찾아다녔지만, 현재는 내가 있는 곳이 중심이 되어 그곳의 주변환경에서 영감을 받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중심이 되는 것이니까요.
G: 작가님께서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실상’에 관한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해당 작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A: <실상> 작업을 시작했을 때가 제 나이 2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의 작업은 30년도 채 되지 않는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이야기했죠. 그 세월 동안의 ‘앎’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삶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시기입니다. 즉, 그간 한국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실천하고, 실천을 위해 깨달았던 그 모든 것에 한계를 느꼈던 것이 <실상> 작업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큰 마음의 변화와 함께 이전까지 나의 시야로 바라본 세계와 새롭게 접한 실상의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가 명확해졌습니다. 서서히 작가로서의 책임감, 더 나아가서는 사명감을 느끼기 시작한 때입니다. 세계를 직시하는 실상을 체험한 후 내 작업을 통해 아는 만큼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G: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겪고, 또 이를 극복하셨던 경험이 작업의 계기가 되었군요. <실상> 작업에서는 ‘시간’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업 속 시간의 흐름과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A: 말씀처럼 제 작업은 시간이 진행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연에 내맡겨진 시간 속에서 채집된 빛, 물, 바람, 소리와 같은 것들을 눈으로 바라보게 하면서 하나의 생명처럼 자라나죠. 제 작업 방식에는 먼저 1차적으로 설치되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있고, 설치된 오브제에 점을 찍거나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2차 개입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잘 보이지 않도록 아주 절제된 드로잉으로 이미 채취된 우주에 관여하는 방법이죠. 그렇게 채취된 시간의 흔적 위에 작가의 의도된 시간이 공존합니다. 즉, 2차 시간 속에서 1차 시간이 함께 흘러가기 시작하죠.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 불균형과 질서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G: ‘1차 시간’, ‘2차 시간’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1차 시간은 자연에 내맡긴 시간, 2차 시간은 작가님의 개입이 들어간 시간이라고 보아도 될까요?
A: 내 손을 떠나 자연에 내맡긴 그때부터는 1차 시간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죠. 2차 시간은 1차 시간에서 채취된 흔적들 위에 작가의 흔적이 공존하는 때입니다. 둘은 결국 하나가 되어 흘러갑니다.
G: 흥미롭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오브제를 자연에 노출시킨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작품으로 내보이시는데요. 결과 값을 내기 위해 반복하는 선생님만의 작업 방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자연에 내맡기는 것은 철저한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결국 나를 내려놓는 일은 나를 불사르는 것과 같아요. 작가의 재능은 오브제를 선정, 관리, 명령한 후 자연에 순종하는 정신으로 대치됩니다. 이때부터 제가 하는 일은 정리정돈입니다. 제 작업은 항상 바르게 놓여 복잡하지 않아요. 멋 부리는 일이 없죠. 그리고 그 정리정돈 속에서 채취된 빛과 그림자, 물과 바람 등의 모든 기록은 나 자신이 자연과 하나되어 조화를 이루게 합니다. 제 작업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요. 어쩌면 그게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이면서 가장 완전한 자유를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G: 때때로 오브제를 놓아두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치를 옮기거나 그 위에 드로잉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 의도는 무엇인지요?
A: 보통 바람이 불거나 누군가 건드려서 작품이 움직였을 때, 다시 정리정돈하곤 합니다. 어느 날에는 이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따로 놀 때가 있어요. 그럴 때도 과감하게 작품의 위치를 옮겨줍니다. 갑자기 오브제 하나에 금칠을 할 때도 있죠. 모든 색이 변화를 가져도 유일하게 변치 않는 것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균형과 조화, 질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그 중심이 되는 부분에 방점 하나를 찍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G: 그렇다면 사용하시는 색마다 각자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A: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이 네 가지가 우리 눈에 보이는 기본적인 색입니다. 저는 이 색들을 대부분 사용합니다. 다만 그 색에 빛이 들어가면서 여러 색으로 변주되고 오묘한 색을 만들어내죠. 그러나 색이 바래서 하얘질 때까지도 그 옆에 찍힌 금색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절제된 오브제와 색은 사실 감춰진 무수한 것을 포함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절제된 삼원색을 쓸 때가 많습니다.
G: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어떤 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죠. 명작을 남기고, 사랑해주는 모든 이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또 그것을 통해서 사회에 환원하는 기쁨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사명감이 있어요. 작가의 재능을 통해 이 세상의 작은 빛이 되고자 합니다. 그것이 불이 번지듯 번져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되길 바라요. 그럼 저부터 시작해야겠죠. 내 삶이 고스란히 정리 정돈된 작업을 통해 보는 사람들의 삶 역시 정리 정돈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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