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1941-
일찍이 구상회화에 대한 집념을 보여온 오천룡(Chunryong ÔH, b. 1941)은 도불 직후부터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와 파리 국립 고등 미술학교(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에서 수학하며 색, 선, 면 등 회화의 기본 요소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였고 안료의 특성이나 형과 색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충실하였다. 인물화와 풍경화 중심 학풍에 매료된 오천룡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랬듯 화구를 들고 야외로 나가 파리의 정경을 화폭에 옮겼으며, 중산층 가정의 평화로운 실내 풍경과 같은 일상의 순간을 주로 포착했다. 특히 90년대 이후의 작품에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장식적인 장치나 비현실적인 색채 사용 및 화면 구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생경하면서도 환상적인 화면을 이룬다. 이는 작가의 치밀한 계획을 따른 것으로, 그는 작업에 앞서 색면 간의 크기와 위치를 계산하고, 선의 각도와 개수, 두께를 미리 설정하여 기하학적인 선들과 원색의 색면들이 서로 침범하지 않으며 균형을 이루게끔 한다. 파리 곳곳의 미술관에서 대가들의 그림을 유심히 관찰하며 형태의 윤곽을 설정하는 방식이 고유한 표현을 이끌어냄을 깨달은 오천룡은, 이때부터 선에 대한 연구에 천착하여 1984년 자신만의 선, Ô Line을 만들었다. 다양한 색상을 즐겨 쓰던 오천룡은 색을 병치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Ô Line은 구획된 형태와 색면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색을 조화롭게 발현하도록 할 뿐 아니라 배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 선과 색을 동시에 강조하면서도 정돈된 화면을 완성한다. 결과적으로 오천룡의 화폭에서 점, 선, 면의 암묵적인 위계는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