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1946-2022
Eun Nim Ro (1946-2022) is one of the most prominent Korean female artists, who has contributed to German art education for more than two decades serving as a professor at the Hamburg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Department of Design while being invited to Bauhaus-Archive as a BDI Award Winner; House of the Cultures of the World, Berlin; Documenta IX, Berlin; The Last Art-of-Peace Biennale, Hamburg; And others. She presented works with a wide spectrum of mediums, including oil painting, black and white acrylic paintings on Korean paper, installations, performances, terracotta sculptures, and even stained glass at church. Particularly influenced by Fluxus artists, in the 1970s and 1980s, her performance—hanging leaves made of paper on real trees and taking plywood puppies for walks—captures the moment of intersecting human-created art with nature. Ro worked on the topic of nature throughout her life as to “what nature is composed of and how its power functions.” Her work is completed by dynamic processes, in which she places large pieces of Korean paper or canvases on the floor, then spontaneously picks up brushes, paints, throws, or presses down them. The mysterious hints like birds and fish, inherent within the abstract forms in her freely left blank space, stimulate viewers’ imagination. Her “Pictured Poetry,” which has been spontaneously painted on a canvas in awe of nature and life, is just like her microcosm.
노은님(1946-2022)은 한국 여성작가로서는 최초로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의 정교수로 임용되어 20여 년간 독일 미술 교육에 기여한 한편, 바우하우스,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 베를린 도큐멘타, 국제 평화 비엔날레 등에 초대된 바 있는 국제적 위상을 차지한 작가이다. 그는 매체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화, 한지에 그린 흑백의 아크릴화, 설치미술, 퍼포먼스, 테라코타 조각, 심지어는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당대 플럭서스 작가의 영향을 받아 1970-80년대에 선보인 종이로 만든 나뭇잎을 실제의 나무에 매단다든가, 합판으로 만든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가는 등의 퍼포먼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과 자연이 교차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노은님은 ‘자연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이를 구성하는 힘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를 평생에 걸친 화두로 삼아 자연을 주제로 작업했다. 그의 작업은 바닥에 커다란 한지, 또는 여러 개의 캔버스 천을 한꺼번에 늘어놓고 붓, 빗자루, 때로는 걸레 등 손에 잡히는 도구를 즉흥적으로 집어 든 채 긋고, 칠하고, 던지고, 찍어 누르는 격정적인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이로써 그려진 새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물고기로도 보이는 불가사의한 암시와 압축된 반추상의 형상이 자유롭게 남겨진 화면의 여백과 함께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구(詩句)로 다가온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담아 즉흥적으로 화폭에 써 내려 간 노은님의 ‘그림으로 그려진 시’는 그만의 소우주와 다름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