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FOCUS
10/05/2022
In November, Oh Su-Fan will have another large-scale solo exhibition ahead after a successful solo show in Berlin last summer. Gana Art met him preparing his shows earlier this year at Gana Atelier Jangheung. We asked Oh where his art started and how it unfolded.
오는 11월 오수환 화백은 또 한 차례의 대규모 외부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여름 베를린에서의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후다. 가나아트는 올 초, 두 차례의 개인전을 앞둔 그를 장흥 가나아틀리에에서 만났다. 그의 예술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물었다.
Gana (G): It’s an honor to meet you, Mr. Oh Su-Fan. You must be busy preparing for the exhibition. Thank you for agreeing to this interview. The vast canvases behind you make quite an impression. The spirit exuding from the bold brushstrokes against the colorful background is extraordinary. Please start by introducing your work.
Oh Su-Fan (O): I’m interested in nature. In the East, diverse cultural aspects are derived from nature. Humans are part of nature as well. I came up with the idea of creating new nature. To express this second nature on canvas, I incorporated the figurative elements of calligraphy that reflect a traditional perspective on nature into my work. I’m not trying to depict nature as is but instead recreate the energy coming from nature in a new fashion.
Fundamentally, we must learn from nature things that only nature possesses, and humans do not. When we closely observe the natural order, we find the essence hidden in myriad things. Then if we trace our lives closely, we can eventually reach the human essence, human nature. Human nature is the thing that can solve everything, through which the path to freedom can be made if we observe human nature closely.
So I think about how I can capture the pure flow of nature on a canvas, a perfectly pure world identical to nature in a manner that resembles how the wind blows against my ears or the clouds envelop the mountains. To embody this on my canvas, I always seek to perceive the composition with pure intuition.
G: Unlike your previous works that utilized the understated colors of black and white, diverse colors seem to stand out prominently in your latest works. You have used black and white for a long time, so why use colors like this now?
O: Initially, I was intrigued by the energy of brushstrokes displayed in monochromatic expression, which motivated me to work solely in black and white for nearly two decades. I express rhythms through lines but use only a black-and-white color scheme. Then I thought I could express a liberating and profound spiritual energy through colors with an even broader imagination without any limits or restraints. Colors have energy, which is why they can be combined with the symbolism created in our minds unconsciously or accidentally and create new expressions, for symbolism encompasses emotions. Perhaps I can say I’ve attempted to express the world of “carefree wandering” (xiaoyao), as discussed in Zhuangzi, by letting symbolism wander in a carefree manner. By mustering colors and lines, I aim to express the world of indifference that has neither purpose nor meaning.
G: So are you saying you pursue an ideal that is so far apart from this world through your works?
O: You might say that, but I perceive the response to reality and life critique as the beginning of my paintings. The contemporary world is in a state of devastation and disorder and faces numerous difficulties. I speculate that perhaps by combining nature and freedom, we can seek answers to some of the issues in our reality. Ultimately, freedom is my ultimate pursuit through which I have the meager hope of making viewers of my paintings today feel free, even just a little. In that sense, my painting can be an outlet through which they experience catharsis.
G: How fascinating. Maybe you started observing humans and eventually came to pursue primitive freedom in nature, which exists outside people. Do you have a unique way of working on your pieces?
O: First and foremost, I don’t deliberately ponder meaning when I start working on a piece. I make impromptu decisions just intuitively. I don’t even think about or plan the color or brushstroke I’ll use in advance and treat them by incorporating accidental elements relying on unconsciousness. I work on the pieces with half my eyes open and the other half closed. I just let my body take charge. This manner of viewing everything pertaining to my body through aggregation and unity is called the apperception. I try to avoid anything intentional or conscious and work on things unconsciously as much as possible.
I believe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e mind. This is why one must constantly cultivate and train the mind. Completely removing my intention to show something on the canvas is another way. The Daoist philosophy of Laozi and Zhuangzu has a notion of “no-self” (wuwo) for the self as a fixed entity that does not exist, which is the state I aim for. That is my task. No-self (wuwo) or “inexertion” (wuwei), in other words, the world of nothing (wu), is equivalent to the world of Zen, in which Zen can be understood as nature.
G: While interviewing you, I realize that as spectators, we should view your paintings with all of our hearts without prejudice, as if facing the vastness of nature. What a shame that this interview must end but thank you for sharing stories related to your work. What are your plans?
O: I intend to pursue the direction of simplifying everything as much as possible—to reduce, remove, and omit. I’ve tried creating objects or installations to work on a medium other than painting, but I am now thinking more of simplifying things, if anything. I believe something I’d like to do will crop up as I go along. So I don’t calculate ahead.
가나(G): 안녕하세요 작가님, 전시 준비로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아계신 뒤로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캔버스들이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색깔을 배경으로 과감한 필치가 뿜어내는 기백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작품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오수환(O): 저는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동양에서는 자연으로부터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졌어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지요. 그래서 새로운 자연을 한번 만들어볼까 그랬어요. 제2의 자연을 화면에 표현해 보려고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이 들어있는 서예를 조형적 요소로 가져와 작업하고 있어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고, 자연으로부터 나온 기운을 새롭게 창조해 볼 수 있을까 합니다.
근본적으로, 자연으로부터 인간과 달리 자연만이 가지고 있는 점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질서를 잘 관찰하면 만물의 존재 안에 숨겨진 본질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잘 추적해 들어가면 결국 인간의 본질, 즉 본성에 도달하죠. 본성이 모든 것을 해소해 줄 수도 있고, 본성을 잘 관찰하면 자유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의 맑은 흐름을 화면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듯, 구름이 바위를 감싸듯 자연과 동일한 지극히 순수한 세계 말이죠. 이러한 경지를 화면에 담으려고 항상 순수한 직관을 가지고 화면을 지각하려 애를 씁니다.
G: 흑백의 절제된 색을 사용하셨던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작품에 색채감이 돋보입니다. 오랜 시간 흑백으로 작업을 하셨는데, 색을 사용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O: 처음에는 단색이 주는 필획의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십 년 가까이 흑백으로만 작업을 해왔어요. 선을 통해 리듬을 표현하되, 흑백으로 했죠. 그러다 색채를 통해 아무 제한 없이 더 넓은 상상력을 가지고, 자유롭고 깊이 있는 정신적인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색채는 에너지를 가지지요. 그래서 우리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기호들과 무의식적이고 우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표현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기호는 정서를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기호들을 자유롭게 노닐 수 있도록 하여 『장자』에서 얘기하는 ‘소요(逍遙)’의 세계를 표현해 보려고 했다고 할까요. 색채와 선을 모두 동원하여 어떠한 목적도, 의미도 없는 그런 무관심의 세계를 표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죠.
G: 그렇다면 작가님께서는 작업을 통해 이 세계와 아주 먼 어떤 이상(理想)을 추구하고 계시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O: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제 그림의 시작은 현실에 대한 반응이자 삶에 대한 비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황폐하고 무질서하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죠. 저는 자연과 자유를 결합하여 현실에 대한 해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제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자유지요. 이를 통해 오늘날을 살고 있는 감상자들을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제 그림을 하나의 카타르시스로 여길 수도 있죠.
G: 흥미롭습니다. 인간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해, 결국 인간 바깥의 자연에 내재된 원초적인 자유를 추구하신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작업 방식도 독특하실 것 같습니다.
O: 무엇보다 작업을 시작할 때 의미를 일부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직관적으로 그때그때 결정하죠. 화면에 사용할 색상이나 붓질의 방식도 미리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우연적인 요소를 무의식을 동원해서 처리합니다. 반은 눈을 뜨고 반은 눈을 감고 작업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제 신체에 맡기는 거죠. 이렇게 제 신체의 모든 것을 종합하고 통일해서 보는 것을 통각이라고도 해요. 의도적이거나 의식적인 것을 피하고, 가능하면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려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마음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을 잘 가다듬고 수련해야 되죠. 그런데 캔버스에 보여주고자 하는 저의 마음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를 노장사상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없다고 해서 ‘무아(無我)’라고 하는데, 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저한테 과제지요. ‘무아’나 ‘무위(無爲)’, 이러한 무의 세계는 선(禪)의 세계와 동일하며 선이 곧 자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 말씀을 듣고 보니, 감상하는 입장에서도 마치 드넓은 자연을 마주하듯 편견 없이 온 마음으로선생님의 그림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게나마 선생님의 작업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획하시는 바가 궁금합니다.
O: 이제는 가능하면 모든 걸 단순화하는 작업으로 가려고 해요. 줄이고, 걷어내고, 생략하는 쪽으로. 회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시도해 보려고 오브제나 설치작업도 해봤는데, 지금 와서는 오히려 더 단순화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그때 생기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미리 계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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